너는 모를 것이다.
꼬박 아홉 달 뱃속에 품고 있는 동안
하루도 기도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긴긴 진통 끝에 울려 퍼지던
가냘픈 울음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냄새로, 기척으로 나를 찾아내는 너의 모습.
세상은 너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모든 아기들이 으레 하는 것들이
내게는 기적과 같았고,
머리카락 한 올, 솜털 하나까지도
내게는 금이고, 옥이었다.
먼지가 묻을까 땅에 누이질 못하고,
때라도 탈까 남을 보여주지 않았다.
너는 모를 것이다.
새근거리는 너의 숨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벌름거리는 네 콧구멍이 얼마나 감사한지.
삶은 고단하였으나
네가 기적이고 은혜였다.
내가 네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무얼 더 바라겠느냐.
아가.
내가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네가 내 남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럴 것이다.
몇 번이고 그럴 것이다.
아가.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너라.
네가 없는 세상을 나는 견딜 수 없다.
네가 없는 삶을 나는 살 수 없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이다.
내 삶이 곧 너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거짓말처럼,
기적처럼 돌아와
내게 안겨 말해다오.
아무 일 없었노라고,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그러니,
이제 눈물을 거두시라고,
말해다오.
아가.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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