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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em or Poetry

"너는 모를 것이다" - 김보통 작가의 아만자(암환자) 중

by MarvelKim 2022. 4. 2.

너는 모를 것이다.

꼬박 아홉 달 뱃속에 품고 있는 동안

하루도 기도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긴긴 진통 끝에 울려 퍼지던

가냘픈 울음소리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

냄새로, 기척으로 나를 찾아내는 너의 모습.

세상은 너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었다.

모든 아기들이 으레 하는 것들이

내게는 기적과 같았고,

머리카락 한 올, 솜털 하나까지도

내게는 금이고, 옥이었다.

먼지가 묻을까 땅에 누이질 못하고,

때라도 탈까 남을 보여주지 않았다.

너는 모를 것이다.

https://dharmadoor.tistory.com/805

 

새근거리는 너의 숨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벌름거리는 네 콧구멍이 얼마나 감사한지.

삶은 고단하였으나

네가 기적이고 은혜였다.

내가 네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무얼 더 바라겠느냐.

아가.

내가 대신 아플 수만 있다면,

내가 대신 죽을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네가 내 남은 삶을 살 수 있다면,

그럴 것이다.

몇 번이고 그럴 것이다.

아가.

삶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너라.

네가 없는 세상을 나는 견딜 수 없다.

네가 없는 삶을 나는 살 수 없다.

너를 사랑하는 것이 내 삶이다.

내 삶이 곧 너를 사랑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거짓말처럼,

기적처럼 돌아와

내게 안겨 말해다오.

아무 일 없었노라고,

모든 것이 꿈이었다고,

그러니,

이제 눈물을 거두시라고,

말해다오.

아가.

내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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