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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를 읽고

by MarvelKim 2019. 3. 30.

물론 중국과 한국의 역사관계의 서술 방식과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이 차지하는 부분이 컸지만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를 읽으면서 놀랐던 부분은  여든을 바라보는 작가의 나이에 가장 놀랐다.

책의 가장 첫 장에 나오는 작가의 약력과 그분의 사진은 소설가 조정래가 아닌 순박한 시골 할아버지를 담고 있다.

<정글만리>는 주인공인 전대광이 무역소에서 일하면서 일어나는 일과

주변인물들 혹은 관련이 거의 없는 인물들의 생사고락을 담아내고 있으며

허구적 인물들의 삶에 관련된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치밀히, 그리고 담백하게 기록하고 있다.

성격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역사경제 소설' 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은 총 3권은 내용의 성격에 따라 구분지어진 것은 아니며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되 내용의 용량에 따라 편의적으로 나뉘어 있다.

 시작은 '꽌시'(중국의 한국식 빽)의 부탁으로 전대광이 '서하원'(한국에서 의료사고를 내서 중국에서 개업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우직하고 성실하며 가족을 사랑하는 인물,

나중에 소개받은 꽌시에게 사기를 당함)이라는 성형외과의를 그가 운영하는 병원에 소개시켜주는 것으로 시작하며 한국의 성형열풍과 관련하여 최근에 늘어나는 의료관광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작품 전반에 담겨 있는 작가의 성격을 나타낸다. 소개되는 그의 주변 인물들의 스토리는 중국의 경제사와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개인인물 만의 스토리를 통해서 애잔함을 자아낸다.

더욱이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 펼쳐지는 현실적인 사투와 끝내 보이는 희망적 탈출구로의 복성은 상상되는 결과에 심심치 않은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러나 모든 인물들이 희망적 결론을 얻는 것은 아니며 헤어나올 수 없는 끝을 맏이하거나 다른 인물들로부터 쓰라린 배신감을 맛보기도 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담아내려는 이 믿기 싫은 잔혹성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중국의 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잇으며 그 원인은 바로 돈이다.

작품에 가장 많이 나오면서 중국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만만디'와 '콰이콰이'도 돈과 관련이 깊다.

'만만디'는 큰 일 이든 작은 일이든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 있는 성격을 잘 대변하나 그 일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다면 한없이 빨라지는 걸 드러내는 '콰이콰이'는 목숨을 내줄 지언정 돈을 내주지 말라는 잔혹한 속담과 잘 맞물리는 조급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읽으면서 그들의 성격만큼 충격을 준 것은 인구의 숫자와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사건과 사고였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인구 외에 불명인으로 살고 있는 사람의 숫자는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고 이건희 삼성 전 회장 만큼 부자인 사람은 우리나라 인구 수와 같거나 그 이상이며 인구 수 1위의 나라인 만큼 빈부격차는 엄청나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중국의 싼 인건비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여러 회사들이 망했다는 것인데 그 이유는 중국인의 기술 습득력과 그에 따라 생겨나는 모방품들의 유통을 나라에서 눈감아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G2로 부상한 중국의 기반은 바로 그런 기술자들의 노력 때문이고 나라에서는 유용한 정보와 기술을 공짜로 습득하니 여러모로 좋기에 발벗고 나서서 제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었다.

<정글만리>는 중국이라는 망망대해 속에서 한국이로써의 막막함을 하나씩 지워나가려는 인물들의 노력을 담은 하나의 이야기이며 헤쳐나가야할 정글, 개인의 인생, 알려지지 않은 정보 등 수없이 많은 미개척지 앞에 선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 혹은 수기 자체라고도 할 만하다.

  소설 속에 나오는 여러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는 바로 주인공 장대원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그녀는 개혁개방 이후에 시골에서 도시로 올라온 많은 농민공들 중에 하나이며 두 아이는 친정에 맡겨놓고 남편과 같이 맞벌이를 해서 먹고 산다. 그녀의 남편은 아내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기술이 없어서 막노동보다 조금 낳은 건축에 종사하는데 갑작스런 사고로 인해 다리를 크게 다치게 되고 오랫동한 한 곳에서 일했음에도 회사측에서 충분한 치료비를 지불 해주지 않아 결국 불구로 살게된다.

아내는 그에게 마음 약하게 먹지 말라며 다독이지만 치료비 때문에 찾아간 회사의 입구에서 문전박대당한 그는 분신자살을 한다. 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비슷한 시기를 겪었던 한국의 모습과 놀랄만큼 비슷한 경향성을 내비치고 있고 인물이 전태일과 너무나 닮았다는 이유에서이다.

물론 작중 인물은 개인의 고달픈 인생사 때문에 죽었고 전태일은 청계시장의 가난한 수공업자들의 임금과 작업장 개선을 위해 노력하다 뜻대로되지 않자 분신을 했지만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일 정도의 처참한 현실 속에서 힘들게 일했던 여러 농민공들의 아픔을 너무나 잘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위 사건은 100%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일에 1%의 각색만 있었을 뿐이다. 입대 전에 보았던 중국인 노동자의 분신자살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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