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or Poetry
황주리, 날씨가 좋아요
MarvelKim
2019. 4. 4. 20:29
날씨가 좋아요
황주리
세상사는 일이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 사흘 감기나 앓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앓고 난 뒤에 조금쯤 퀭하니 커진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살아있는 일이 그래도 행복한 거라는 기특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게 감기는 늘 휴가였다
그렇게 아프면서 뿌리가 영글어가는 식물처럼 키가 자라는 느낌
이 감기가 지나가면 나는 또 이전의 내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