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em or Poetry

붉은 달, 김윤이

MarvelKim 2019. 4. 2. 20:37

 

 

붉은 달

 

 

 

 

김윤이

 

 

 

 

 

내가 사랑하는 붉은 방, 햇빛 서글픈

창문의 붉은 색지

그 방에 내가 깨어 있는 방

투덕투덕 화투를 칠 것 같은 이불 한 채

헙수룩한 경대 위엔 오래된 티비와 재떨이가 놓여 있는

엷은 병내를 풍기는 방

 

내 방을 당신이 조금씩 여는

내가 생에 대한 느낌 없이 당신을 재우고

잠시라도 다시 내 방으로 놔두고 싶은 방

눈을 감아도 내 눈두덩 감아 도는

붉은 방, 하루도 못 견뎌 내안으로 잦아드는 그림자

 

 

여닫이 창문을 열면

내 방도 내 몸도 검붉은 물 흘리는

누추한 나의 입술이 다시 붉어지고

내가 나만을 사랑하게 누군가 날염하며 휘젓는 방

 

그 방에 언제 봄꽃이 피지?

 

 

붉게 울먹이다 방문을 닫아건 방

하루치 숙박료를 받으러 오는 달소리